아 이걸 걸리네
투폰
2월 외박 때 집으로 시킨 물건들을 받았다.


시동점검 뺑끼용 CD와 목업폰.
중대 차량 중 9.5톤 엑시언트와 5톤 메가트럭 차량이 있었고, 매 주마다 30분간 상용차량도 예외없이 시동을 걸어야 했다.
상용차량들은 CD 플레이어 기능이 있어 전역자들이 두고 간 CD를 듣는 일이 많았는데, 늘 듣던 거만 듣다가 새로운 걸 원해서 에픽하이 4집을 중고로 구매했다.
목업폰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고...
그렇게 복귀 당일, 목업폰을 잘 숨겨서 반입에 성공했고, 당장 사용할 수는 없어서 일단 관물대에 잘 숨겨두고 있었다.
이후 행정병에게 부탁해서 등록필증을 목업폰에 부착, 남는 투명 케이스를 씌워 실제 휴대폰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케이스 씌우니까 나도 가끔 헷갈렸다.
평일은 불시점검 등의 리스크가 있어 사용하지 않고, 매 주 주말마다 목업폰을 제출하고 TV연등 시간에 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말년까지 안 걸리고 잘 살아남나 싶더니...
걸렸다.
말출을 4일 앞두고 불침번 근무에 투입됐다. 말년에 불침번이라니!...
불침번 들어가는 것도 싫고,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 평일이지만 핸드폰을 내지 않기로 했다.
걸릴 위험을 줄이기 위해 핸드폰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주머니에 넣어놓고, 에어팟을 한 쪽만 착용하고 사람이 올 때마다 벗어둔 모자 안으로 숨겼다.
그런데 당직사령이 뜬금없는 곳에서 뜬금없이 등장, 내 에어팟을 보고는 몸수색을 하여 핸드폰과 목업폰, 에어팟까지 모두 압수당했다.
근무 끝나고 3시간동안 잠을 못 잤다. 내 말출...
다음 날 중대장실로 호출되어 진술서를 작성하고, 정작과에서 또 한 번 보안 위반 확인서를 작성했다.
목업폰은 보안위규 사항은 아니지만 투폰 처리 절차의 일종인 듯했다.
폰은 징계위원회가 끝나면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주말이 껴있어서 주말동안 폰 없이 살았다.
슈뢰딩거의 말출, 시간 빌게이츠 등 온갖 별명이 붙었다.
진술서 작성하면서 KTX 예매표라도 취소하게 해달라 부탁드렸는데 다행히 허락해주셔서 바로 취소했다. 취소 못했으면 10만원 날릴 뻔했다.
징계위원회
월요일에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이 날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말출 출발일이었는데, 징계 대기자는 출타가 제한되어 징계가 끝난 이후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휴가제한 5일 처분을 받았고, 휴가 계획을 어떻게 수정할까 고민하다가 그냥 한 주 더 있기로 했다.
하필 그 주가 작업 주였는데 말년에 작업하기는 싫고 그동안 먹은 짬으로 은신술을 발휘했다.
수요일까지 잘 숨어다니다가 흡연장에서 잡혀 결국 끌려갔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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